[오늘 해 본 생각]: 나라 사랑

1. 남가주대학(USC)에 가면 인류학 도서실 VKC(Von Kleinschmidt Center)가 있습니다. Kleinschmidt는 오래 전 이 대학 총장했던 분의 이름입니다. 대학시절 그곳에서 책을 읽다가 나오는데 건물 광장에 만국기들이 진열되어 있는 겁니다..

근데 있지요? 그 날은 비도 왔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.. 하필이면 태극기 한쪽 귀퉁이가 찢어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?

나는 교육학 도서실을 찾아갔습니다. 거기서 국기 간수하는 법들을 research했구요.. 그리고는 학교신문사 Daily Trojan을 찾아가 제가 대학노우트에 기록했던 내용을 전했습니다.. (아.. 공룡이 놀던 시절!)

며칠 후 그 내용이 기사화가 되었죠.. 내용은 국기는 주권국가의 상징이고 자존심이다. 그러기에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한다.. 몇조 몇항.. 언제 걸고 내리고.. 어떤 상태로 보관해야 하고.. 이를 지키지 않을 시는 어떤 벌을 받을 수 있고.. 외국에서 태어난 학생이 훼손된 자국기를 타국에서, 그것도 대학교 교정에서 보면 마음이 어떻겠냐.. 굴욕적 경험이고 나쁜 농담이다..라고 토해내었지요..

2018년 통계를 보니 이 학교는 full-time faculty가 4,361명입니다. Staff만 15,235명입니다. 여기에 학부와 대학원 학생 숫자를 보태면 6-7만명은 될 것입니다. 물론 당시는 지금보다는 학교 규모가 훨씬 작았겠지만을 감안하고라도..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도 매일 몇만명은 보는 학교 공식 종이 신문이었을텐 데 내가 잠시 무엇에 홀렸든지, 아니면 ’돌았었나’ 봅니다.. ㅋ

며칠 후 깨끗하고 멋진 태극기가 다른 나라 국기들과 함께 계양되어 있더군요..

2. 2017년의 한 여름 나는 경복궁 근처 역사 박물관을 찾았습니다..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건너편에는 전국에서 모인 4만명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데모를 벌이고 있더군요.. (아! 박물관 갈 때는 버스로 갔는 데, 나왔을 때는 버스도, 지하철도, 택시도 잡을 수 없어 정말 엄청 걸어야 했습니다.. ㅠ)

박물관 관람 후 2층 찻집에서 잠시 쉬었다 나가려는 데 찻집 문에 제 눈에 익숙한 영어 단어 ‘push’가 보이더군요.. 밀고 그 문을 나간 후 닫으려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영어 ‘full’이 눈에 띄는 겁니다.

그냥 가려다.. 내려가던 계단을 돌아 올라가서 커피 만드는 종업원에게 조심스럽게 한 마디 건냈습니다.. ‘아가씨.. 문 바깥쪽 영어 사인은 꽉찼다는 ‘full’이 아니라 당겨라의 ‘pull’로 고치면 좋겠죠?’ (‘밀어라’가 문 안쪽에 있으니 문 바깥에는 ‘닫아라’가 있어야 한쌍이 되겠다는 논리로 물론 당시 그 찻집에는 손님이라곤 잠시 전 저희 일행이 거의 다였습니다.)

대학시절로부터 시간은 많이 흘렀습니다. 나는 지금도 이런게 나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. 역사박물관 찻집은 영어 사용하는 외국인이 수시로 찾을 것이고 Full/Pull 하나라도 국가의 품위가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.

그 날 커피 만들던 여종업원은 ‘별 이상한 사람 다 있네?’ 했겠죠? 이것이 시정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미국 교포 하나있다고 누가 그 찻집에 가게 되면 대신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.. (wink)